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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영화 해석

두교황 신앙, 용서, 그리고 인간의 선택

by 박회장-* 2025. 10. 16.

영화 두교황의 영화포스터

 

신앙의 균열 속에서 태어난 대화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 2019)〉은 거대한 종교의 중심에서 벌어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신앙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깊이 탐구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당시 아르헨티나 추기경이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훗날 프란치스코 교황)는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은 규율을, 다른 사람은 변화를 믿는다. 그들의 충돌은 교리의 논쟁이 아니라, 인간과 신 사이의 이해를 향한 여정이다.

베네딕토는 보수적인 질서의 수호자다. 그는 교회의 권위와 교리를 절대적 기준으로 여긴다. 반면 베르고글리오는 세속의 아픔 속에서 신을 찾는다. 그는 말한다.

“신은 교회 안에만 계시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빛 속에도 계십니다.”

이 한마디는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신앙은 성직자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라는 것. 두 사람의 대화는 때로 논쟁이 되지만, 결국 서로의 고독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베네딕토는 교리를 통해 신을 이해하려 하지만, 베르고글리오는 사랑을 통해 신에게 다가간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믿음이란 의심 없는 확신일까, 아니면 의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일까?” 그 대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이 영화의 여정이다.

 

용서의 고통과 인간의 나약함

〈두 교황〉의 핵심 감정은 ‘용서’다. 베르고글리오는 과거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절, 두 수도자를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신에게조차 용서를 구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는 고백한다.

“그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신부로서, 인간으로서 실패했습니다.”

그의 참회는 단순한 종교적 고백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준다. 이에 베네딕토는 자신 또한 교회 내의 문제를 외면해온 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 순간, 권위의 상징이던 교황은 단지 한 인간으로 내려온다.

그들의 대화는 경쟁이 아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묵묵히 들어준다. 침묵 속에서, 신앙은 설교가 아닌 이해의 언어로 바뀐다. 베네딕토는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베르고글리오의 진심을 통해 ‘신의 사랑이 교리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침묵의 용서’에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며, 신이 인간을 대하듯 서로를 감싸 안는다. 화려한 성당 대신 좁은 정원, 거룩한 제의 대신 단순한 대화 속에서 신앙의 본질이 드러난다.

영화는 말한다. “신앙이란 완벽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다.”

용서란 결국 자신을 향한 이해다. 베르고글리오는 스스로를 용서하며, 신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간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평화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의 선택, 그리고 믿음의 의미

영화의 후반부에서 베네딕토는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600년 만에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난다. 그것은 단순한 사임이 아니라, ‘신의 뜻보다 인간의 양심을 우선시한 선택’이었다.

그의 결단은 베르고글리오에게 새로운 길을 연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새 시대를 이끌게 된 그는 ‘세상의 고통 속에서 신을 찾는 교황’으로 자리한다. 두 사람은 세대와 철학이 다르지만, 결국 같은 목적지에 도달한다 — 신의 사랑을 세상 속으로 끌어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두 교황은 함께 축구 경기를 보며 웃는다. 그들의 웃음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용서 이후에 찾아온 평화, 신의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구원이다. 두 사람은 권위를 벗고, 한 인간으로서 마주 앉는다.

〈두 교황〉은 화려한 스펙터클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거대한 신의 목소리 대신, 인간의 속삭임으로 진리를 말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위대함이다. “신은 하늘 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속에 있다.”

 

신앙, 용서, 그리고 인간의 선택

〈두 교황〉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영화다. 신앙은 신의 완벽함이 아니라 인간의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다. 믿음이란 명령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이다.

두 교황은 서로를 통해 진리를 본다. 한 사람은 규율 속에서, 다른 사람은 사랑 속에서 신을 느낀다. 그리고 둘 다 깨닫는다. “신은 완벽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이 영화는 화려한 설교 대신, 조용한 고백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 고백의 힘은 거대하다. 우리에게도 묻는다 — “당신은 오늘, 누구를 용서했나요?”

〈두 교황〉은 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인간성 속에서 신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전하는 믿음의 진리다. 신앙, 용서, 그리고 인간의 선택 — 그것이 세상을 구하는 가장 인간적인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