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통제, 복수, 그리고 인간의 본성

통제된 세상 속의 사마귀

영화 〈사마귀(Mantis, 2025)〉는 한 킬러가 통제와 혼란의 세계에서 자신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한울(임시완)은 ‘맨티스’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청부살인자다. 그는 철저한 규칙과 질서 속에서 살아가며, 감정을 배제한 완벽한 살인 기계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그가 장기 휴가를 마치고 업계로 복귀하자, 세상은 이미 변해 있었다. 살인 업계는 더 이상 ‘규칙’이 통하지 않고,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조차 알 수 없는 혼돈의 무대로 변해 있다.

사마귀라는 이름처럼, 한울은 침묵 속에 관찰하며 기다린다. 하지만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통제의 의미가 사라지자,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기 시작한다. 그에게 있어 살인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살인은 내 언어였고, 그 언어로 세상과 대화했다.”

그가 다시 무기로 세상과 마주하게 될 때, 영화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인간 내면의 갈등으로 나아간다. ‘사마귀’라는 이름은 그가 처한 숙명 — 냉혹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싸우는 존재 — 을 상징한다.

 

복수로 물든 인간의 본성

〈사마귀〉는 피와 총탄이 난무하는 액션 영화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깊은 심리적 복수가 흐른다. 한울은 단지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한울의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재이(박규영)는 한때 그와 함께 싸웠지만,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하청받는 킬러로 전락해 있다. 그녀의 분노와 상처는 세상의 불평등을 상징하며, 한울과의 대립을 예고한다.

영화의 중반부,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하지만 그 만남은 화해가 아니라 대결이다. 서로의 총구를 겨눈 채, 그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있어. 피로 물든 시작점으로.”

이 영화는 복수를 개인의 감정이 아닌, 인간 본성의 일부로 그려낸다. 통제된 사회에서 억눌린 감정이 폭발할 때, 인간은 얼마나 쉽게 괴물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독고(조우진)의 존재는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는 한울의 스승이자 퇴역한 전설의 킬러로, 세상과의 거리에서 냉정한 통찰을 던진다. 그의 말 한마디가 영화 전체를 요약한다.

“통제는 인간을 지키는 게 아니라, 서서히 죽이는 거야.”

〈사마귀〉는 이처럼 ‘복수’와 ‘통제’를 인간의 양면성으로 묘사한다. 한울과 재이, 그리고 독고의 선택은 각기 다른 방식의 인간성을 드러내며, 결국 피의 결말로 이어진다.

 

인간의 본성, 사마귀의 그림자

사마귀라는 제목은 단순한 킬러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공포와 생존 본능’을 비유한다. 사마귀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존재를 가차 없이 제거한다. 하지만 그 냉혹함 속에는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본능**이 숨어 있다.

한울은 점점 깨닫는다. 자신이 그토록 통제하려던 세상은 사실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혼돈이라는 것을. 그는 더 이상 ‘규칙’을 믿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한울은 재이와 다시 마주하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아.”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사마귀에서 인간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화려한 액션 속에서도 인간의 고독과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총격과 폭발이 아닌, 침묵 속의 감정이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을 만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울은 피 묻은 손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그 눈빛은 승리도 패배도 아니다. 그저 자유를 되찾은 인간의 해방된 표정이다.

 

통제를 잃고 인간을 얻다

〈사마귀〉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통제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의 감정을 되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인 서사다.

한울은 처음엔 살인을 통해 존재를 증명했지만, 마지막에는 통제를 거부함으로써 진짜 인간으로 거듭난다.

재이 역시 경쟁과 증오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녀의 눈물 한 방울은 피보다 더 깊은 인간의 감정을 상징한다.

결국 사마귀는 이렇게 말한다. “살인은 끝이 아니다. 진짜 싸움은 자신을 용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사마귀〉는 스타일리시한 액션 뒤에 인간 존재의 본질 — 통제, 자유, 욕망 — 을 질문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 안에 있는 또 다른 사마귀를 비추는 거울이다.